2010/10/20 17:31
염지홍의 Passion Letter #163 파란버스 163번 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신촌에서 목동으로 가는 163번 파란버스에 올랐습니다. 카드를 대고 삑소리와 함께 버스는 급히 출발했습니다. 저는 중심을 살짝 잃고 오른쪽 앞좌석 기둥에 부딪혔습니다. 운전석을 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는 속력을 높였습니다. '잘 모르고 액셀레이터를 급하게 밟아서 그런 것이고, 항상 이렇게 운전하는 분은 아닐꺼야.'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분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자리에 앉기도 전에 버스는 급히 출발했고 앞차에게 빨리 가라고 경적을 울렸습니다.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확인했습니다. 잊을까봐 내리자마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GPS로 버스의 현재 위치가 관리되기에, 따로 운전자의 이름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젋은이들은 급출발을 하더라도 쉽게 중심을 잡을 수 있지만, 어르신이나 임산부의 경우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담당자는 바로 연락해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요청을 버스기사분이 잘 받아들이고, 운전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누군가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승객이 점점 많아지는 저녁에는 더욱 위험하겠지요.
딱 3초, 하나, 둘, 셋 정도만 여유있게 출발하면 좋을텐데 급히 서두르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얼마전에는 한 할머니께서 버스에서 내리고자 너무 서둘러 일어나서 기둥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 내리면 일어나셔도 되니까 자리에 앉아계세요.' 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습니다. 서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나라 교통문화 속에 살고 있어서, 오히려 당연한 것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내리기 전에 벨을 누르고, 버스가 멈추면 그 때 일어나서 내리려고 했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마음급한 버스 기사분들이 약간 불편함을 느껴서 안전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랐습니다. 원칙대로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정차하기도 전에 문은 열리기 시작하고 다 열리기도 전에 아무도 안내리는 줄 알고 급히 닫고 출발하려고 해서 '내립니다'를 외쳐야 했습니다.
이제 모든 시내버스에는 분홍색 시트를 씌운 임산부 배려석이 있습니다. 물론 노약자석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오래서서 가기 힘든 분들이 편안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를 지정하고 양보하는 정도의 문화는 관련 정부 부처도, 버스회사도, 승객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직접 버스를 운전하는 분들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출발할 때와 멈출 때 가장 교통 안전 사고가 많이 일어납니다. 서로가 안전하고 기분좋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규칙을 정하고, 함께 지켜나가야 할 필요를 오늘 버스를 타며 새삼 느꼈습니다.
지난 달, 런던에서 빨간색 이층 버스를 운전하는 분들의 참을성에 놀랐습니다. 참을성이라고 생각한 것도 서두르는 것에 익숙해서겠지요. 오이스터카드라 부르는 교통카드를 대고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데 충분한 여유가 있었습니다. 앞에 자전거가 가고 있으면(모든 자전거는 차도로 다닙니다) 그 속력에 맞춰서 뒤를 천천히 따르다가 한 쪽으로 비켜나면 속력을 내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보름간 버스가 빵빵거리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두 번 보았는데, 승강장으로 발판이 펴지고 승차하는 동안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다들 여유있게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교통문화도 나아질 것 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간다고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말 할 것은 말해야 바뀔 것입니다. 일본 MK택시의 친절 경영에 대한 사례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떠오릅니다. 안전문제 뿐만 아니라 정부와 언론에서 항상 이야기하는 국가 브랜드를 위해서도 바뀔 것을 발견해서 꼭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만들고 있는 반사 버튼과 옐로 카드 등의 디자인도 교통 문화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Passion Designer 염지홍 드림
P.S. 오늘 느낀 문제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앞 문이 닫히면 '하나, 둘, 셋' 하는 소리가 버스에 울려서 운전기사분들이 인지하고 기다릴 수 있게 하는 간단한 방법 정도가 떠오릅니다.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그리고 163번째 Passion Letter를 쓰는 날 등장한 버스가 163번 버스라서 신기했습니다. 이번 칠레 광부의 숫자가 33명이고, 33일만에 구조되었다고 하여 33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된 내용을 아침 신문에서 본 것이 떠오릅니다. 살아가다보면 생각할 것들이 참 많죠?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확인했습니다. 잊을까봐 내리자마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GPS로 버스의 현재 위치가 관리되기에, 따로 운전자의 이름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젋은이들은 급출발을 하더라도 쉽게 중심을 잡을 수 있지만, 어르신이나 임산부의 경우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담당자는 바로 연락해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요청을 버스기사분이 잘 받아들이고, 운전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누군가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승객이 점점 많아지는 저녁에는 더욱 위험하겠지요.
딱 3초, 하나, 둘, 셋 정도만 여유있게 출발하면 좋을텐데 급히 서두르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얼마전에는 한 할머니께서 버스에서 내리고자 너무 서둘러 일어나서 기둥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 내리면 일어나셔도 되니까 자리에 앉아계세요.' 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습니다. 서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나라 교통문화 속에 살고 있어서, 오히려 당연한 것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내리기 전에 벨을 누르고, 버스가 멈추면 그 때 일어나서 내리려고 했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마음급한 버스 기사분들이 약간 불편함을 느껴서 안전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랐습니다. 원칙대로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정차하기도 전에 문은 열리기 시작하고 다 열리기도 전에 아무도 안내리는 줄 알고 급히 닫고 출발하려고 해서 '내립니다'를 외쳐야 했습니다.
이제 모든 시내버스에는 분홍색 시트를 씌운 임산부 배려석이 있습니다. 물론 노약자석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오래서서 가기 힘든 분들이 편안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를 지정하고 양보하는 정도의 문화는 관련 정부 부처도, 버스회사도, 승객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직접 버스를 운전하는 분들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출발할 때와 멈출 때 가장 교통 안전 사고가 많이 일어납니다. 서로가 안전하고 기분좋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규칙을 정하고, 함께 지켜나가야 할 필요를 오늘 버스를 타며 새삼 느꼈습니다.
지난 달, 런던에서 빨간색 이층 버스를 운전하는 분들의 참을성에 놀랐습니다. 참을성이라고 생각한 것도 서두르는 것에 익숙해서겠지요. 오이스터카드라 부르는 교통카드를 대고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데 충분한 여유가 있었습니다. 앞에 자전거가 가고 있으면(모든 자전거는 차도로 다닙니다) 그 속력에 맞춰서 뒤를 천천히 따르다가 한 쪽으로 비켜나면 속력을 내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보름간 버스가 빵빵거리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두 번 보았는데, 승강장으로 발판이 펴지고 승차하는 동안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다들 여유있게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교통문화도 나아질 것 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간다고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말 할 것은 말해야 바뀔 것입니다. 일본 MK택시의 친절 경영에 대한 사례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떠오릅니다. 안전문제 뿐만 아니라 정부와 언론에서 항상 이야기하는 국가 브랜드를 위해서도 바뀔 것을 발견해서 꼭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만들고 있는 반사 버튼과 옐로 카드 등의 디자인도 교통 문화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Passion Designer 염지홍 드림
P.S. 오늘 느낀 문제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앞 문이 닫히면 '하나, 둘, 셋' 하는 소리가 버스에 울려서 운전기사분들이 인지하고 기다릴 수 있게 하는 간단한 방법 정도가 떠오릅니다.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그리고 163번째 Passion Letter를 쓰는 날 등장한 버스가 163번 버스라서 신기했습니다. 이번 칠레 광부의 숫자가 33명이고, 33일만에 구조되었다고 하여 33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된 내용을 아침 신문에서 본 것이 떠오릅니다. 살아가다보면 생각할 것들이 참 많죠?
